#감정관리
스트레스
벤처기업을 운영하는 S는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약속 시간에 늦는 법이 없다. 약속 시간을 지키는 것이 신뢰의 기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면 거래처 K 부장은 제대로 시간을 지키는 일이 없다. 미팅 직전에 전화로 약속 시간을 늦춘 것이 이번으로 벌써 세 번째다. 수화기 너머로 정신없이 울리는 깜빡이 경고음과 함께 통보하듯 약속 시간을 30분이나 미뤘다. K는 도착하자마자 머쓱하게 한 번 웃고는 바로 본론을 꺼냈다. S는 이렇게 무시당하면서까지 이 업체와 계속 거래를 해야 할지를 고민하느라 꽤 괜찮은 그의 제안이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대화를 나누다 보니 예상보다 늦게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했지만, S는 다음 일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조금 손해 보는 선에서 타협하기로 했다. 아쉬운 거래를 뒤로하고 헐레벌떡 약속 장소에 도착한 시각이 5시 55분. 다행히 여자친구와의 약속 시간 5분 전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신호음이 몇 번 울리더니 그대로 전화가 끊겼다. S의 여자친구는 프리랜서 작가다. 항상 밤샘 작업을 하다 보니 밤낮이 바뀌어 이른 시간에 약속을 잡으면 종종 늦을 때가 있다. 그때마다 자느라 알람을 못 들었다는 것을 보면 역시 ‘미인은 잠꾸러기’라는 말에는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다시 걸려온 전화의 수화기 너머로 우당탕 물건 쏟아지는 소리가 들렸다. S는 자기에게 예쁘게 보이려고 허둥지둥 머리 손질을 하고 있을 귀여운 여자친구의 모습이 떠올라 웃음이 났다. 30분쯤 지나서 약속 장소에 도착한 여자친구는 미안해서 제대로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우물쭈물했다. 그 모습을 보니 안쓰러워 앞으로는 더 잘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혜진 코치의 솔루션
A 하아… 정말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았어요.
B 그때, 어떤 생각이 드셨어요?
A 화가 났어요.
B 왜 그렇게 화가 나셨어요?
A 그놈이 그따위로 나오는데 화가 안 날 수가 있어야죠!

실제 대화에서는 여기에 몇 마디가 더 보태지기도 하지만 감정을 묻고 답하는 대화의 패턴은 거의 이와 비슷하게 시작됩니다. A가 생각을 묻는 말에 B는 ‘화’라는 감정 단어로 대답하고, A가 다시 생각을 묻자 B는 ‘그놈의 그따위 행동’이라는 사건으로 돌아갑니다. 생각과 감정, 행동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경험이 구성되는데, 이때 우리 뇌는 매번 생각하는 수고를 덜기 위해 ‘생각의 틀’을 만들게 되지요. 일종의 예측 시스템을 만들어놓고 모든 상황을 거기에 대입하여 편리하게 생각하게 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자동적 사고automatic thoughts’라고 부르는데요. 덕분에 복잡한 ‘생각’은 건너뛰고 바로 ‘감정’반응으로 넘어가더라도 자신은 합리적으로 판단했다고 믿게 되는 것이지요. 겉보기에 꽤 합리적으로 보이는 이 예측 시스템은 부정적인 상황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그렇다면 부정적인 편견과 인지 왜곡을 의식적으로 알아차리고, 이것을 수정하면 이 예측 시스템이 오작동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결론을 얻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인지 치료’의 기본 원리인 셈입니다. 그러나 기본 원리를 아는 것만으로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제껏 하나로 뭉쳐져있던 ‘감정’과 ‘생각’을 의식적으로 분해하는 연습을 해보려고 합니다. 생각을 정리하는 것은 앞서 감정을 털어놓았던 과정만큼이나 어렵다. 생각을 들여다보는 것이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괜한 일처럼 느껴지기도 하지요. 그러나 생각을 정리하는 습관이 생기면 쓸데없이 괴로운 일이 확실히 줄어드는 것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감정과 생각을 분리하는 연습을 반복하면 생각 습관을 재구성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코치의 도움을 받아 이 과정을 구체화하거나 ‘감정 일기’를 쓰는 것도 좋은 연습이 됩니다.

위 사례에서는 시간 약속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S에게 같은 날 두 가지 사건이 벌어집니다. 비슷한 상황이지만 그의 감정과 행동은 전혀 다르게 나타나지요. K와의 미팅에서 객관적인 사실은 ‘그가 늦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S는 이러한 사실에 생각을 더해, 실제로 갑의 위치에 있는 K가 매번 늦는 것은 그가 자신을 무시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는 화가 나서 감정적으로 대화를 이어갔고 결국은 만족스러운 거래를 성사시키지 못하게 됩니다. 이처럼 감정을 만드는 것은 상황 자체가 아닌 상황에 대한 해석입니다. 이것을 달리 말하면 부정적인 생각을 바꾸어서 부정적인 감정과 행동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흔히 말하는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조언이 ‘인지치료’의 쉬운 말 버전인 셈입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생각과 감정의 기본 통로를 가지고 있고, 이것이 앞서 말한 ‘자동적 사고’입니다. 매번 다른 일로 화가 나는 것 같지만 그 감정을 들여다보면 같은 생각이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는 무시당할 만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기본값으로 세팅되어 있다면 그 기본값을 수정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잘못된 기본값으로 계속 결과물을 산출하다 보면 생각 시스템이 굳어져 나중에는 정말로 수정하기가 어려워지게 마련입니다. 이 지점이 바로 코치와 함께 고민해 볼 수있는 지점입니다.

위 사례를 정리하면 S의 입장에서 K와의 미팅은 다음과 같은 흐름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사실 그가 늦었다.
생각 그가 나를 무시했다고 생각했다. (사실에 대한 자의적 ‘해석’)
감정 화가 났다.
행동 대화에 집중하지 못했다.
결과 거래가 잘 성사되지 않았다.

마지막에 행동과 결과를 함께 적으면 다음번에 비슷한 경우를 만났을 때 결과를 예측하고 훨씬 이성적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일 같은 행동을 반복하더라도 실망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렇게 생각을 짚어보며 다시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기보다는 다음번에는 자동 사고에 조종당하지 않고 일단 생각을 멈추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일단 멈추면 다시 생각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고 부정적인 생각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감정의 흐름을 바로잡아 자신이 원래 가려던 방향대로 움직일 수 있게 됩니다. 감정은 자신이 원하는 바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저와 함께 차분히 감정을 읽어가다보면 고객님의 해답을 스스로 찾게되리라 믿습니다. 저도 늘 기도하며 그 여정을 함께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윤혜진 코치
KAC / K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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